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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04 남에게 설명해준다는 생각으로 공부해본다

‘학생보다 선생이 더 많이 배운다’는 말이 있다.(없나? 없으면 만들자 뭐. ^ ^ )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친구나 동생이 문제나 개념을 물어올 때, 설명을 해주다보면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새로운 것을 깨닫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불분명하게 알았던 개념이나 체크하지 못했던 조건들이 보이는 것이다. 나 혼자서 문제를 풀 때는 나와 문제 둘밖에 없지만, 가르쳐 줘야 하는 제3자가 있을 때는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면서, 혼자 자유롭게 풀이할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나의 학생시절을 돌이켜보면, 학생시절의 수학에 대한 이해도와 교습자로서 이후의 이해도가 확연히 차이나는 것을 느낀다. 그저 내용을 알고 문제를 풀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설명’ 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니 더 깊이 파고들게 되는 것이다.

다현이가 8살이었을 때 있었던 대화내용을 예로 들어본다.

다현 : 아빠, 29 빼기 8 은 뭐게~~요?
아빠 : 어? 음.. 너무 어려운데..? 다현이가 가르쳐줄래?
다현 : 아우~ 아빠. 그것도 몰라요? 자.. 9 빼기 8은 뭐지요?
아빠 : 음.. 9에서 8을 빼면..(어려운 척, 뜸을 들였더니)
다현 : 그럼, 아빠. 8 다음은 뭐지요?
아빠 : 그건 9지
다현 : 그러니까.. 9 빼기 8은 1 이지요?
아빠 : 엉.
다현 : 그리구.. 29는 20 하고 9지요? 이제 20은 그냥 놔두고 9에서 8을 빼봐요
아빠 : 그건 1이잖아
다현 : 이제.. 그냥 놔뒀던 20 하고 1을 더하면 뭐죠?
아빠 : 음.. 21 ?
다현 : 네~ 맞았어요. 아유~ 아빠는 이것도 몰랐네~

위의 대화에서 보면, 다현이는 29 빼기 8을 계산할 줄만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른사람에게 ‘설명’할 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현이는 문제를 단계별로 분해해가면서 ‘아빠가 모르는게 뭔지’를 파악해 간다. 아빠가 할 줄 아는 수준까지 내려간 다음, 거기서 다시 문제를 풀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려주고 있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를 좀더 분해해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차후에 내가 ‘단번에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분해해서 시도할 수 있는 기초가 되어준다.

몇년 전부터 서술형 문제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소외되었던 부분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서 일면 반갑다. 현실적으로 중고교 시험제도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어느정도 될지는 논란도 많고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답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던 학생들이 풀이과정에 좀더 신경쓰게 되는 방향은 큰 틀에서 볼 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